이이남 : 다시 태어나는 빛
이이남 작가는 동양과 서양이 교차하고 고전과 동시대성이 공존하는 예술세계를 움직이는 화면 속에 구현하며 ‘영상회화’라는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렇게 재탄생한 상징적이고 서정적인 이미지들은 모두 우리 옛 그림들과 서양 고전명화들을 주요 모티브로 사용한다. <만화병풍Ⅱ-상상된 경계들>은 한 폭의 병풍처럼 연출한 작품 배경에 한국 문인 화가들의 산수화를 차용하여 천천히 바뀌는 사계절을 표현했으며, 그 위에 만화적인 요소들을 더해 다양한 가치와 사상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고도의 현대문명을 재해석했다. 다빈치의 유명한 초상화가 등장하는 <모나리자 폐허>는 고아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나리자 위로 느닷없이 폭탄이 투하되고 어느새 전투가 치열한 모습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다. 폭탄이 떨어진 자리에서 피어난 꽃은 이윽고 화폭을 가득 채우며 기존의 아름다움이 파괴된 폐허 속에서도 새로운 가치가 탄생한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렇듯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이이남의 작품들은 이제 단순한 미적 감상을 넘어 시대를 통찰하는 특유의 해학과 풍자로 가득한 장면을 이루어낸다.
캔버스나 종이 위에 고정되어있는 그림과 달리, LED 모니터에 구현되는 그의 작품들은 시공간을 보란 듯이 유희하며 디지털 이미지 속에서 스스로 생명력을 얻는다. 그렇기에 고작 몇 분, 길게는 십여 분에 불과한 이이남의 영상들이 이토록 긴 여운을 선사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것이다. 기존의 일방적인 소통에서 벗어나 상호 소통을 추구하는 이이남의 작품은 다양한 요소와 매체를 넘나들며 호기심과 클래식의 향수를 자극하는 미디어 아트의 영역으로 사람들을 초대할 것이다.
아트파크 임유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