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의 정신: 이상범, 변관식, 장우성, 김기창, 성재휴, 박노수, 서세옥, 민경갑
한국 현대수묵화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월전 장우성, 운보 김기창, 풍곡 성재휴, 남정 박노수, 산정 서세옥, 유산 민경갑의 작품을 통해 전통 회화로서의 가치를 이어가는 동시에 필법과 묵법의 변화를 통해 수묵의 심오한 예술 철학을 보여준다.
농담을 조절한 짧은 붓질을 수없이 반복하여 어렴풋이 안개에 덮인 숲을 그려내며 50년대에 소위 ‘청전양식’이라는 독자적 화풍을 구축한 청전 이상범, 필치의 필치의 강약과 여백의 활용을 통해 산수의 깊이와 운치를 강조하며 서울을 떠나 실경(實景) 산수를 그린 소정 변관식, ‘집현전 학사도’와 국회의사당 벽화 ‘백두산천지도’를 제작하며 광복 이후 수묵의 사의성이 강조된 신문인화 운동을 이끈 월전 장우성, 동양화가 추상 예술의 풍조를 따라 시대성에 발맞춰 전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대동양화’운동을 주장하고, 원화 만원권 지폐의 세종대왕 초상을 그린 운보 김기창, 전통적 원근법인 삼원법과 준법에서 벗어나 적(赤), 황(黃), 청(靑) 삼원색의 대비를 통해 개성 있는 한국화를 그려낸 풍곡 성재휴, 이상범의 가르침을 받아 전통 수묵화의 선묘와 신선하고 투명한 색채를 사용해 청아한 화풍을 구사하며, 수묵과 채색의 갈등을 허문 남정 박노수, 장우성의 제자이자 추상성과 단순성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동양화를 개척하였으며, 단순한 점과 선만으로 묵법의 기운이 빚어내는 깊이있는 수묵화를 완성한 산정 서세옥, 강렬한 발묵을 바탕으로 진한 채색과 색의 대비를 통해 평면적인 느낌을 강조한 진채화를 그린 유산 민경갑의 작품이 전시된다.
본 전시를 통해 시대를 관통해온 현대수묵화 대가들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담아, 수묵화의 전통적 깊이와 묵법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한다. 전통 한국 수묵화의 정신인 ‘기운생동(氣運生動)’에서 벗어나, 작가들의 각기 다른 개성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