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중환 Joonghwan Hwang : Fly
남도 섬 여행길에 새로 개통되어 차가 다니지 않는 다리 위를 걸어 본 적이 있습니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가슴팍으로 불어오고 내 두 팔을 벌리고 바다 위를 걷는 순간, 그대로 날갯짓하면 실제로 날 것만 같았습니다. 어린 시절 꿈을 꿀 때마다 얼마나 높은 하늘을 날았는지도 생각납니다. 아이들이 키가 클 때면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는 말도 있었지만, 저는 제가 새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곤 했습니다. 어린 시절 첫사랑이 내 고백을 받아준 날 집으로 돌아올 때도 분명 내 두 발은 공중을 날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원하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 나를 힘들게 하던 일들이 해결되었을 때, 행복한 마음이 가득할 때도 우리는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합니다. 2023년 겨울, 코로나 후유증과 지독한 슬럼프로 힘들어하며 개인전을 준비하던 때, 산에 올랐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산에 올랐다 내려오니 마음이 홀가분해졌고 초록 숲 위를 날아다니는 사람이 떠올라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슬럼프에서 해방되는 느낌이라 행복하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담으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오렌지색 하늘의 구름 위를 나는 ‘밀루와 나’라는 작품은 우리 집 반려견 밀루의 마음을 그린 것입니다. 밀루가 처음 우리 집으로 온 뒤 첫 번째 여행을 떠나던 날. 너무 신나고 행복하게 펄쩍펄쩍 뛰던 강아지의 모습이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아서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새는 하늘을 날 때 무거운 짐을 지지 않습니다. 사람도 가끔 가볍게 날아오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때 우리가 새였던 것처럼.
작가 황중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