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재구성 The Different Ways of Seeing
시선의 재구성 The Different Ways of Seeing
존 버거는 「Ways of Seeing」에서 서구전통의 미적 기준과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적 시각언어를 제시하며, 현실을 다시 보게 하고 다르게 보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라 하였다. 이처럼 예술가들은 각자의 시각과 언어가 다르며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예술의 동력을 찾는다. ≪시선의 재구성 The Different Ways of Seeing≫은 서로 다른 창작언어를 사용하는 작가 4인의 다양한 시선을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이를 통해 그들의 시선을 새롭게 사유하고 재구성해보는 기회를 얻고자 한다.
색의 표현력을 탐구하는 고낙범은 색 작업의 연속성상에서 자연과 우주, 그리고 인간사를 관통하는 주제를 작가의 시선을 통해 담아낸 체리 작업을 선보인다. 이는 강렬하고 고혹적인 색과는 대조적으로 소멸을 피할 수 없는 모든 생명의 숙명을 드러낸다. 선우항은 회화의 가장 오래된 기법인 프레스코를 사용하여 회벽에 자연스럽게 흡수된 안료의 절제된 발색으로 세속에 구애받지 않는 색과 형의 조화를 보여준다. 신선주는 표면을 오랜 기간 스크래칭하는 기법으로 회화와 사진의 경계에서 실재하는 풍경을 차분하게 재현해 내는데, 극도로 고요하면서 익숙한 공간은 보는 이에게 서정적 심상을 일깨운다. 기억이라는 개념을 여러조각의 단위형태의 구조물로 재현하는 김동현은 동일한 시간을 경험하는 개개인의 다양한 기억의 편린들을 옵티컬적인 착시와 환영효과로 가시화한다.
이처럼 작가들은 서로 다른 작업 방식으로 우리가 사는 삶과 작업의 외연을 확장한다. 이를 경험한 관객들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서사를 일방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아닌 독자적인 시선을 가지고 새롭게 구성하게 된다. 작가 저마다의 개성이 담긴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의 시선과 관객의 시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계를 담아 가기를 바란다.
이혜인, 아트파크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