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 Void 빈터
Void 빈터_틈과 사이
시간과 관련된 작품은 흩어진 기억과 순간의 파편들을 화면 안에 끌어모으는 작업이다. 선과 색으로 표현된 기억과 경험의 파편들은 수많은 붓질을 통해 서로 쌓이고 스치며 화면 안에서 시간의 집적을 표현한다. 화면 안에 표현된 시간의 붓질들은 빈터에 존재하는 공간으로서의 시간을 의미하며 빈터 속에 존재하는 시간의 집적을 표현하는 흔적들과 그 틈과 사이에 존재하는 붓질과 색들은 시간의 틈과 사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간다.
이번 작품은 수많은 붓질로 시간을 쌓아가는 작업과 수많은 붓질이 모여 쌓여진 흔적은 있지만 색은 없어지는 빈터, 시간의 상실, 망각의 시간을 표현한다. 수많은 시간들, 경험이 쌓여 지금 이 순간에 와 있지만 과거의 시간들은 뒤엉키어 정확히 기억되지 않고 나를 이루는 과거의 시간들이 지금 현재의 나를 두서없이 오가는 뒤엉킨 시간들, 망각과 상실을 통해 지워져 가고 또 다시 생성되는 변화하는 시간의 집적을 표현하고자 한다.
인간의 기억과 경험들은 개인에게 어떠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을까? 영화‘인사이드 아웃’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잘 정돈되어 언제든지 같은 형태와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일까? 눈에 보이지 않고 이미지가 없는 시간을 그리는 작업이 가능하지 않다 해도 나에게는 아직도 표현하고 싶은 시간과 기억에 대한 이미지가 계속 떠오른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이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
작가노트, 이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