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용 Jinyong Jeong, 오래된 그리고 빛나는
오래된 그리고 빛나는
그 막은 보석처럼 빛난다. 그리고 그 빛이 없었다면 우리는 그것의 거창한 형태를 화려한 장식으로만 받아들였을 것이다. 역사성이 깊을수록 화려는 장엄이 된다.
화가의 생을 선택한 후 30년이 지나자 나는 감정의 불안하고 어두운 면을 흔드는 것이 슬슬 불편해졌다. 그것은 어쩌면 결혼 후에 아이들을 낳아 기르며 생긴 희망 혹은 좋은 꿈같은 것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의 웃음, 아내의 미소, 그리고 부모님의 존재감은 나를 미묘하게 변화시켰다. 그리하여 그간 몰입해 왔던 그토록 위대하고 편치 않은 흔적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 불편한 장엄에서 탈출하면서 발견한 것은 낡고 오래된 그러나 화려한 것이었다.
장엄에서 화려로 정감을 옮기는 와중에도 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었다. 그것은 나의 작업을 온전히 내 것으로 되게 하는 형식 요소였다. 빛과 구조 그리고 색이 세 가지를 충족시키는 사물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이제 '칸델라'라 부르기로 했다. 순전히 어감 때문이다. 칸델라. 그것은 미묘하게도 의도치 않은 역사성마저 드러낸다. 그것의 극적인 화려함은 매달린 구조의 불안정성으로부터 스멀스멀 배어 나오는 불편함을 충분히 지워버린다. 화려함 속에 감춰진 불안, 슬픔, 고통 같은 것, 역사, 문명 그리고 이 세계의 작동방식이 바로 그렇지 않은가.
긍정적 의미를 주고받지 못하면 사물은 빈천한 편견에 시달리게 되는 점은 확실하다. 그리하여 나는 칸델라, 그것의 사물로써 역사적 의미로부터 우리의 생과 연관된 어떤 사유를 끄집어냈다. '오래된 그리고 빛나는'의 의미는 거기에 있다.
정진용 (1973-)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대학원 석사와 미술학 박사. 현 전북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2007년 중국 미술잡지 CAN의 표지작가 선정.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 스튜디오, 국립현대미술관 고양 창작스튜디오 등에서 레지던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두바이대사관, 송은문화재단 등에 작품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