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 조 우 遭遇 Close Encounter with Korean Heritage
사진으로 그린 그림
이중근은 삶에서 느낀 내적 경험과 사물의 미적 가치에 수학적 논리를 대입하여 독창적 사진 작품을 완성하는 융복합 예술가이다. 그는 개인과 집단, 삶과 사회 구조, 순간과 순환, 실재와 가상 간의 상호 관계에 대한 탐구와 실험적 모색을 해왔다. 또한 사진과 디지털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복잡하게 구조화된 현실과 가상에 대한 존재론적 고찰을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대학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다양한 장르를 접하며 사진과 컴퓨터그래픽, 인테리어 등 디자인 분야의 실무 활동을 병행했다. 그는 2000년대 초기 한국 미술계에 신선한 자극을 불러일으키며 사진이미지를 모티브로 한 디지털 테크놀로지 패턴작업을 진행하였는데, 디지털사진과 컴퓨터 작업을 이용한 패턴의 자유롭고 반복적인 구성으로 신기하고 유희적인 분위기를 평면, 입체, 설치, 공공미술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보여주며 작업세계를 확장 시켜왔다.
파리와 런던에서의 레지던시 경험으로 그는 작업세계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2010년대 이후 진행한 종교적 아이콘들을 소재로 한 <신전> 시리즈 작업은 디지털 기술을 도구로 사진적 시각의 무한한 확장성을 제시하였다. 그는 가상과 실재의 경계에서 사진이라는 매체가 이미지 표현에 있어 다른 여러 분야와의 연결지점에서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작가는 새로운 작업을 위해 국내의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한국의 신전>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랜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지닌 한국의 사찰 건축, 내부 천정 단청, 불상, 꽃살문, 탑과 조형물 등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종교적 도상들을 소재로 작업을 진행한다. 이는 작업의 대상들과 ‘조우’하며 실재와 가상, 본질과 현상의 구분이 모호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근원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번 개인전 <조우>는 한국의 다양한 문화유산들을 찾아서 그들과 직접 마주하고 오랜 시간 동안 관찰하고 느끼며 작가의 시각으로 새롭게 발견하고 체험한 것의 표현이다. 이번 전시는 실존하는 종교 건축물과 상징을 소재로 사진과 디지털 콜라주 작업을 이용해 실재와 가상이 혼합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신전>시리즈, 전통 산수화 이미지와 디지털 사진을 융합하여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슈퍼 네이처>시리즈, 모티프가 되는 사진이미지를 반복적인 형상의 패턴으로 재구성하여 구상과 추상이 겹쳐지는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는 <디지털패턴>시리즈로 분류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사진 작품들이지만 작가만의 독특한 감성과 수공예적인 작업 방식을 거쳐 마치 ‘그림 같은 사진’으로 보인다. 이는 속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현대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며 삶 속에서 찾아야 할 진정한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