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 Fantastic Reality
목향의 여백 - 형을 보듬고 색을 청함
사진은 기본적으로 사물 인식에서 출발한다. 회화는 이를 오브제의 대면이라고 하고 사진은 이를 피사체의 대면이라고 한다. 사물이 존재함의 표상이다. 시각예술의 사물 인식은 필연적으로 형과 색을 동반하지 않을 수 없고 그 형과 색으로부터 존재했던 것들이 인식의 결과물로 나타난다.
김광수의 사물 인식이 그런 모습이다. 사진적 바라봄과 회화적 바라봄을 동시적으로 수용한다. 매우 독특한 방식을 통해서 형과 색을 표상하고 그 표상으로부터 사물의 존재함이 구현된다. 그래서 그가 주목한 것은 사물의 형과 색이고 그것들을 위한 지향과 성질이다. 선택에서 구현까지 예민하고 섬세한 작업이다. 카메라가 중개하고 매개하는 작업이지만 그의 사물 인식은 회화만큼 치열하고 깊고 풍요롭다. 그의 사진의 힘이자 매력이다.
김광수의 사진은 상상에서 출발한다. 봄과 가을이라는 계절 감각으로부터 형과 색이 상상된다. 작품 <사과나무>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생각하는 형과 색의 사과나무가 있다. 그것을 찾아 전국을 누빈다. 그리하여 자신이 원하는 형과 색의 사과나무를 발견하면 그때부터 이듬해까지 혹은 그 이상의 시간 속에서 자신이 상상하는 사과나무로 가꾸어 간다. 즉 자신의 지향과 성질대로 사과나무로 가꾸고 지키고 원하는 형과 색을 이끌어간다. 형을 보듬고 색을 청한다는 말은 이런 뜻이다. 수많은 사과나무 중에서 가장 조형적으로 완벽한 사과나무를 찾고 찾은 다음에는 이상적인 가지와 줄기를 만들어내고 사과가 절정으로 색을 품었을 때 아름다운 사진으로 태어나도록 촬영한다. 작품 <감나무>, <진달래>, <홍매화>도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김광수 사진의 또 하나의 아름다움은 그윽한 여백미이다. 여백을 만들어내는 미학적 솜씨가 일품이다. 그가 선택한 사물들은 현실 속에 있는 것들이다. 실재한 사물들을 하얀 캔버스로 조성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하얀 천을 사물 뒤에 캔버스처럼 세움으로써 회화처럼 그윽한 여백미를 완성시키고 또 사물이 위치한 지표면(나무 주변)에 모래를 깔아둠으로써 현실 속에서 회화의 여백미를 맛보게 한다. 이처럼 목향의 여백은 형을 보듬고 색을 청하는데 필수적이다. 여백미야말로 목향의 완성이다.
김광수 사진의 마지막 아름다움은 시간의 흔들림 혹은 바람의 흐느낌이다. 사진은 시간으로부터 태어나고 시간으로부터 소멸한다. 자연계의 사물들도 시간으로부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계절의 미감이란 이런 시간의 존재 혹은 시간의 자국들에 다름 아니다. 김광수 사진의 시간성 역시 자연계의 시간 혹은 계절의 미감이다. 이를 위해서 꽃과 가지의 미려한 흔들림 혹은 흐느낌을 이끌어낸다. 세심하게 배려한 자연계 시간성에 대한 지향이고 성질이다. 계절적인 나무와 꽃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목향의 여백은 꽃과 나무의 얼굴과 마음이다. 화가 세잔은 사물 인식을 "천의 얼굴, 만의 마음"이라고 했다. 김광수의 사진은 이런 얼굴과 마음들이다. 자연계 속에서 자신의 형과 색을 상상하고 보듬고 청한 형과 색의 향연이다. 담백한 조형, 그윽한 여백, 미려한 시간성까지 한국사진에서 보기 드문 미감과 미학이다.
진동선, 사진평론가
김광수 (1957-)
1980 신구대학교 사진과 졸업
개인전
2018 Fantastic reality, 아트파크
2012 COLOR & SEXUAL, 갤러리 그림손
2008 달콤한 기억, 엔브이 갤러리
2007 구름에 정원, 목인갤러리
2006 Memory(old & new), 박영덕 화랑
2004 나의 구름, 금호미술관
2002 사진 이야기, 현대백화점 갤러리
2000 Portrait, 룩스 갤러리
1998 구름 II, 동경 가라주베 화랑, 일본
1996 구름 I, 서화 갤러리
1979 벽, 유네스코 화랑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마미술관, 한국민속촌미술관,
영월사진박물관, 두산중공업, 조선호텔, (주)퍼시스
주요 그룹전
2014 코리안 뷰티-두개의 자연,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2009 울산 페스티발-전시
2008 케냐의 별, 다카르 비엔날레, 세네갈
2006 The park, 소마미술관
2005 판화 사진제, 예술의 전당
시대와 사람들, 마로니에미술관
2003 한국 사진의 탐색, 경인미술관
2002 판화 미술제, 예술의 전당
2000 정물 시선, 담 갤러리
1999 90년대 한국 미술의 정황, 알렌킴머피 갤러리
우리 사진 오늘의 정신, 문예진흥회관
1997 모노크롬전, 자연과 인간, 갤러리 아트빔
1996 사진은 사진이다, 삼성포토 갤러리
1995 서울 문화 읽기, 환원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