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진 개인전
순수한 자연과 인간의 욕망 사이 _ 황용진의 작품세계
근자에 들어서 황용진은 또 한 번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새로운 각도에서의 접근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거기에는 크게 두 가지의 변모가 있는데, 하나는 2006년도에 자연을 그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근래에 시도하고 있는 ‘자연과 문명의 대위법’이다. 우선 전자에 나타난 큰 변화는 색채감이다. 이전의 어두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청색, 노랑, 녹색 등을 사용하여 과감한 터치로 자연 대상을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들에 이르면 이전의 풍경화에 나타난 섬세한 묘사가 사라지고 대상을 크게 파악하여 단순화시키고자 한 작가의 관점이 두드러진다. 강렬한 노랑과 순도 높은 청색의 선명한 대비를 꾀한<Good Morning-Dawn06>, 노랑색으로 물든 산을 어두운 자주색과 대비시킨 <Small Vitality on Yellow Field>, 녹색의 계조(gradation)로 산을 표현하고 이를 흰색의 등대와 짙은 청색의 하늘과 대비시킨<Oh! Sunny day>등등이 이 계열에 속한다.
두 번째는 비교적 섬세하게 묘사한 풍경에 일련의 문명의 상징물들을 선명하게 대비시킨 근작들이 중심을 이룬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서 길게 언급했던 어두운 분위기의 풍경화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판화잉크가 아니라 유성 물감이나 아크릴 칼라로 그린 점이 다르다. 아무튼 소재나 풍경의 내용은 이전의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그것은 앞에 놓여진 대상들이 두드러져 보이도록 의도적으로 그린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는 다양한 시간대와 장소를 선정하여 숲이나 들녘, 벌판 등등 의도하는 분위기에 적합한 상황을 설정하여 문명의 부산물들을 대비시킨다. 그 방법은 가령, 영문판 원서들을 쌓아놓고 그 위에 시계를 올려놓는다든지, 책 더미 위 허공에 커피 잔을 띄워놓는다든지, 여러 대의 승용차를 허공에 흩트리거나 겹쳐놓는다든지, 겹겹이 쌓인 햄버거 위에 코카콜라 컵을 올려놓는다든지 하는, 일련의 배열법이다. 초현실적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이 방법은 이전에 꽃을 크게 확대함으로써 ‘낯선(異化:alienation)’ 느낌을 자아내던 기법과 어느 정도 연관된 것처럼 보인다. 싱싱한 생명력을 지닌 자연의 풍경과 문명의 산물들을 대비시키는 이 전략은 일종의 상투형(cliche)처럼 보일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황용진이 구사하는 이 방법은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작업의 지속적인 진행에 의한 논리적 귀결이란 점에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가 서로 다른 분위기와 느낌을 자아내는 다양한 풍경을 배경으로 햄버거, 매혹적인 여인의 벗은 사진이 담긴 병, 의자, 새, 신문지, 목걸이가 걸린 마네킹, 책, 승용차 등등의 사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이유는 단지 초현실적 느낌을 주기위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자연과의 대비를 통하여 사물의 생생한 존재감을 표현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물성화된 인간의 욕망을 하나의 기호(sign)로써 파악, 문화 내지는 문명을 해석하고자 하는 의지의 발로인지도 모른다. '인간‘에서 시작해서 자연을 거쳐 이제 다시 자연과 인간의 문제를 화두로 끌어안은 황용진의 지칠 줄 모르는 정열은 그림을 통해 사물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새롭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 윤진섭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
황용진 (Hwang Yong Jin)
1978 미국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대학원 졸업 (MFA)
1983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MFA)
1997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BFA)
현재 서울산업대학교 조형대학 조형예술학과 교수
개인전
2009 Severanve Art Space (서울)
GALLERY YUME (도쿄)
2008 갤러리SP (서울)
갤러리이듬(부산)
2006 목인갤러리 (서울)
2005 갤러리 아트사이드 (서울)
1999 금산갤러리 (서울)
1990 아라리오 미술관 (천안)
1988 갤러리현대 (서울) 외 개인전 8회
그룹전
2009 사물의 대화법 (갤러리현대, 서울)
화랑미술제-부산 (벡스코, 부산)
2008 움직이는 풍경 (모란미술관, 경기도)
색깔있는 풍경 (갤러리진선, 서울)
2007 한국미술의 중심 (한국미술센터, 서울)
2006 한국의 향기 (대구예술문화회관, 대구)
한.중.일 판화전 (중국무역센터 전시홀, 북경)
2005 서울판화미술제 (예술의 전당, 서울)
M art in U (현대예술관갤러리, 울산)
서울판화 2005 (갤러리 토포하우스, 서울)
한국현대판화 국제교류전 (세종문화회관, 서울)
Landscape (갤러리잔다리. 서울) 외 단체전 200여회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호암미술관
아라리오미술관
모란미술관
대영박물관
예술의 전당
서강대학교
쌈지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