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 또 다른 문화
동물, 날개 등의 오브제를 조각가 특유의 상상력과 조형감각을 토대로 빚어낸 사실적인 브론즈 조각을 선보인다. 왁스정밀주조는 작가의 작고 세밀한 입체 형태의 표현을 가능하게 해준다. 현대의 조각가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재료와 방법을 찾아갈 동안 작가는 수천년 동안 검증된 조각 기법이자 재료인 '브론즈'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청동의 세월을 담아내는 독특한 색감과 질감이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과거의 조형을 빌려와 현대의 조형언어를 덧 씌어낸 작업이라 표현한다. 이영춘의 작업에서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거북이 위에 거북이가 올라서 있고, 말머리 위에 말들이 행진한다. 혹은 말 위에 탑이 올라가 있기도 한다. 이런 낯선 만남이라는 서로간의 관계 맺기를 통해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가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고 있는 '말'은 문화의 상징이다. 동물의 말은 우리가 소통의 수단으로 쓰는 언어인 '말'과 공교롭게도 같은 발음이다. 작업 속에서 형상화 되고 있는 말은 동물인 말인 동시에 언어로서의 말을 상징한다. 말들이 모여 이야기가 되고 궁극에는 이런 소통들이 문화가 되는 것이다. 그는 말, 거북이, 천사, 날개 등 과 같은 그 동안 보아왔던 형상을 새로운 조형언어로 바꾸어내는 사고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형상들로 다가오며, 또 다른 문화를 탄생시킨다. 그의 작품은 시끄럽고 복잡한 현대 미술 속에서 고요한 울림을 전해주고 전통적인 기법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미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