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Pil SHIM : Min·Max Ⅱ : 심문필
심문필의 작품은 극도로 절제되어 보이지만, 실로 복합적인 요소를 함유하고 있다. 선, 색, 면과 같은 최소한의 구조와 형태로 이루어져 있지만, 여러 번의 채색과 함께 굉장히 섬세하게 직조된 색과 빛의 충돌로 빚어진 오묘함으로 가득하다.
그는 캔버스 위에 칠을 하는 대신 플렉시글라스를 이중으로 중첩시키고 그 안쪽을 칠하여 색이 확산되는 효과를 이용한다. 칠해진 색상은 소재, 깊이, 빛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흩어지며 더욱 신비한 색상을 나타낸다. 플렉시글라스 안쪽의 캔버스 표면에서 느껴지는 깊이감과 플렉시글라스의 표면에 자리한 미세한 이미지를 관통하는 빛의 산란현상은 공간감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작가는 작품을 통해 색의 공급자이자 빛을 통해 장난스러운 조작자를 자처하며 공간을 장악한다.
또한 그는 30년이 넘도록 고집해온 플렉시글라스와 함께, 2000년대 초반 잠시간 시도했던 독특한 방식을 새롭게 도입했다.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종이를 종 또는 횡으로 여러 번 절개함으로써 2차원의 평면에서 다른 공간을 포함하는 진정한 3차원으로 변형되는 방식을 보여준다. 절개라는 행위에서 루치오 폰타나의 작업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곧이어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잘린 종이 사이로 어른거리는 진한 안료로 마음이 쏠리게 된다.
플렉시글라스에 여러 번 중첩시킨 색의 확산과 절개된 종이 사이 보이는 색의 효과는 공간을 담아내고 세계를 담아낸다. 그래서일까?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은 색과 시간의 층은 거대한 우주를 현현한다. 이것이 바로 ‘미니멀’이자 ‘맥시멀’이 아닐까?
아트파크, 이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