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헌 : Paradise City
여동헌은 2007년 <웰 컴 투 파라다이스>에 이어, 이번에는 <파라다이스 시티>를 발표한다. 이전 작품이 동식물이 다툼없이 서로 어울리는 것을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즐거이 형용하였다. 공상이 현실이 되고, 환상이 일상으로 바뀌며, 동화같은 세상을 눈앞에 펼친다.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응시하고 있다.
파라다이스를 말할 때 흔히 언급하는 ‘에덴’ 동산이 히브리말 ‘기쁨’(delight)에서 비롯된 것처럼 그의 그림에서도 ‘희열’과 ‘즐거움’이 강조된다. 보쉬(Hieronymus Boshch)나 코마스 콜(Thomas Cole)이 묘사한 <에덴동산>처럼 아담과 하와는 없으나 즐거움만큼은 그들의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의 근작은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느낌을 준다. 스페인, 포르투칼, 이집트, 스위스, 러시아, 프랑스 등지의 명승지들과 유서깊은 건축물이 등장하는가 하면 그가 좋아하는 음식물(소시지, 초밥, 아이스크림, 도넛), 영화주인공들(아톰, 스파이더맨, 슈퍼맨)과 악기(첼로,탬버린,타악기,건반) 등이 등장한다. 그림에는 조그맣게 여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간간이 새겨넣기도 했다. 관광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춤추며 놀거나 현지인과 악수를 하는 장면,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여행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작업은 그가 유럽에 머무는 동안 유럽의 각 도시를 돌면서 인상 깊었던 곳을 옮겨낸 것이다. 그러니까 상상으로 지어낸 것이 아니라 두 눈으로 목격한 것들에 기초한 것이라는 얘기다. 사생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고장의 특색을 함축적으로 실어내고 있는데 그림이 밝고 명랑하다 못해 현란하기까지 한 것은 여행객의 부담없는 마음으로 사물을 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보다시피 그의 그림은 수천개의 부분들로 나뉘어져 있다. 앞과 뒤, 바로 인접 부분과 엇물리면서 무수한 이미지들이 들어차 있다. 생략과 과장없이 건물모양과 거기에 부속된 창틀,문,지붕, 탑 등을 하나도 빠짐없이 실어낸다.
이런 작업은 철저한 계획과 구상의 기초 위에 성립된다. 먼저 그림을 그리기 전에 화면에 밑그림을 그리는데 색채만 빠졌을 뿐이지 이때 ‘그림의 골조’가 들어서는 거나 다름없다.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얻을 때까지 몇 번이곤 수정하고 그런 연후에 채색단계로 들어간다. 가느다란 세필에 물감을 묻혀 하나씩 완성시켜간다. 이렇게 해서 각 나라의 대표적인 건축물들을 ‘집성한’ 도시 그림이 탄생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그의 그림은 화면의 전체를 보아가며 완성시키는 일반적인 그림수법과 다르다. 미리 스케치한 부분을 ‘채워가는’ 식이다. 밑바닥부터 시작하여 벽돌을 쌓듯이 맨 꼭대기로 구축해간다. 그러니까 오차없이 작품을 완성하려면 작가 자신이 완벽한 청사진을 머리에 넣고 있어야 한다. 어느 부분이 빠져서도 안되고 소홀해서도 안된다. 이렇듯 각 부분이 다른 부분을 지탱시키는 기둥이 되어주는 셈이다.
이외에도 그의 작업은 종래의 회화와 몇가지 측면에서 구별된다. 관광지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이 그렇고 내용이 다른 이미지들을 두서없이 뒤섞는다는 것이 그러하며, 대중문화의 산물 혹은 일상용품들이 작품의 주 테마를 이룬다는 것이 또한 그렇다. 구성에 있어서도 회화의 측면보다 만화 혹은 애니메니션을 더 닮았다. 키치풍의 스트라이프와 버블, 화려한 장식들, 상품 캐릭터, 만화 주인공들로 화면이 들썩거린다. 거기다가 소소한 이미지까지 보태면 만물상(萬物相)이 따로 없을 것같다.
여동헌이 추구하는 것은 어떤 지고한 관념이나 높은 예술성이라기보다 오히려 우리가 실생활에서 접하는 것들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의 관심도 보편적인 상식에 기초를 둔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취향을 반영한다. 이런 것은 그림에 등장하는 이미지들만으로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가 가본 곳,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나 기억에 남는 일, 그가 좋아하는 영화와 음식과 음악, 작업실 안에 있는 물감들과 붓, 일상용품과 가재도구 등등을 화면위에 펼쳐놓는다.
그의 작품에서는 우리가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무장충돌과 전쟁,지진,가뭄과 홍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안전한 구역’내에 있으며 서로의 관계도 평화롭고 조화롭다. 사실 고통스런 현실에 직면했을 때 가볍고 재밌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이 생을 ‘끝없는 착란의 연속’이라고 불렀듯이 우리는 고통을 피하면서 삶의 표면을 미끄러져 간다. 아마도 고통회피의 본능이 우리안에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오면 우선 피하려는 본능이 작동하며 잠시의 회피만으로 행복하다는 착각을 갖는다.
여동헌의 작업은 현실에 비추어 한가롭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어쩌면 허황된 행복의 신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수시로 찾아오는 상처나 고통에 위협받기보다 기쁨에 활짝 열려 있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지혜로운 방법이니까 말이다.
그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귀도가 처형장으로 끌려가면서도 마지막 순간에도 아들에게 웃음을 잃지 않았던 것처럼, 작가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상황앞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말하는 것같다. 여동헌은 어떤 순간에도 미소와 쾌활함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동화같은 세상’을 펼치게 만든 주된 이유가 되지 않나 싶다. 한번 뿐인 인생을 소중하게 보내자는 내용에 공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여동헌
1996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 판화학과 졸업
개인전
2009 아트파크 (서울)
2007 아트파크 (서울)
2006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5 갤러리 빌 (서울)
2005 인사아트센터 (서울)
1999 관훈 갤러리 (서울)
1998 신세계 갤러리 (광주,인천)
1998 LG GANA ART (구리)
1997 예술의 전당 (서울)
1997 김내현 화랑 (서울)
1996 추제 갤러리 (서울)
수상경력
1997 제1회 신세계 미술제-주제 공모전 ‘우수상’
1996 제16회 한국 판화가 협회 공모전 ‘대상’
1996 제1회 한국 판화미술 진흥회 주최 ‘BELT 96’ 선정작가
그룹전 및 그외 활동 사항
2009 행복한 상상 프로젝트-신나는 도시 만들기 (아람누리 미술관)
마법에 걸린 미술관 (김해 문화의전당)
Print after print (그림손 갤러리)
2008 방방 숨은그림찾기 (국립현대 미술관)
크로스 컬쳐- 만화와 미술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미술관은 내친구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
미술이 만난 바다 (국립현대미술관)
가족동화 (가나아트부산)
FIGURES of YOUNG GENERATION (gallery La)
PINK PRINT (인사아트센터)
아르코 아트페어
두바이 아트페어
타이에이 아트페어
동경호텔 아트페어
싱가포르 아트페어
KIAF
2007 팝&콘 믹스 (영은 미술관)
생각하는 i (성곡 미술관)
신나는 미술관 – 상상공작소, 동물 이야기 (경남도립미술관)
IMAGE (남송미술관)
그림의 떡 – 인사아트센터
KIAF (코엑스-아트파크)
Toyko Contemporary Art Fair – Tokyo Bijyutsu Club
화랑미술제 – 예술의 전당, 아트파크
판화미술제 – 예술의 전당, 김내현 화랑
A.P – 샘터 화랑
2006 미술과 놀이 –Funsters (예술의 전당 - 한가람 미술관)
화랑 미술제 (예술의 전당, 갤러리 아트파크)
Cutting Edge (서울 옥션)
ICON (소카 갤러리, 북경)
화가가 만든 책 (가나아트스페이스)
거리의 미술관 (한남대교 북단 하나은행 옥외 광고)
도心 속 동心 (삼성 테스코 갤러리- 부산,수원)
크라운,해태제과 모닝 아카데미 (타워호텔)
Happy Present (인사아트센터)
한국현대미술제 (예술의 전당 - 한가람미술관)
2005 내친구 종이를 만나다 (인사아트센타, 서울)
브라보! 하이트 (가나아트 스페이스)
My Private Gallery (가나아트센터)
화랑 미술제 (예술의 전당 – 닥터박 콜렉션 & 갤러리)
남송 미술관 개관전 (남송 미술관)
2004 판화 미술제 (예술의 전당, 김내현 화랑)
서늘한 미인 (노암 갤러리, 서울)
봉평 유시어터 내부벽화제작, 설치 작업 (봉평 , 강원)
2002 아트 메트로-FIFA 공식 월드컵 메트로 (서울 지하철 6호선)
나무로의 재미있는 여행 (갤러리 현대)
이야기가 있는 그림전 (현대아트갤러리)
어린이 미술마당 벽화제작
2001 네트워킹 프로젝트.COM (한국 문화예술 진흥회관)
그림속의 그림찾기 (서울, 갤러리 사비나)
판화발전소 (서울, 종로 갤러리)
월인 판화 (예술의 전당,판화 미술제)
2000 미디어 시티 서울 2000-디지털 앨리스 (서울, 시립미술관)
머리가 좋아지는 그림전 (서울, 갤러리 사비나)
새로운 천년 (안동 탈 박물관,인천 시립 미술관)
예술속의 애니매이션 아트 (서울, 옥션 하우스)
한국판화의 발전과 변모 (대전 시립 미술관)
현대 백화점 아트페어 (현대 아트 갤러리)
좋은 그림전 (부산, 수인 갤러리)
월인 - house(갤러리 아트사이드)
판화 미술제 (서울 시립 미술관)
1999 평면의 깊이와 변주 (서울,환기 미술관)
‘결혼 크래프트’전 (서울, 가나아트)
판화의 모험전 (서울, 갤러리 우덕)
환경 미술제-광화문 프로젝트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 역)
월인 판화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관훈 갤러리)
판화 미술제 (예술의 전당, 조선 화랑)
1998 경주 세계 문화 EXPO 기념전 (서울, 대구)
현대 판화 작가전 (분당, 삼성프라자 갤러리)
판화 발전소전 (서울, 상 갤러리)
월인 판화 – 미니 미니 (종로 갤러리)
판화 미술제 (예술의 전당, 조선 화랑)
1997 제1회 신세계 미술제 (광주, 신세계 갤러리)
청년판화 초대전 (서울, 시립미술관)
유망판화작가 초대전 (서울 김내현 갤러리 외 10개 도시 갤러리)
가나 아트 스페이스 개관전(서울, 가나아트스페이스)
내일의 판화전 (서울, 인사 갤러리)
한국 현대 판화가 협회전 (제주,제주 문예회관)
송년카드 미술제(서울,63 갤러리)
월인판화 – 숲 (동주 갤러리)
1996 고호 와 마돈나 (서울, 코스모스 갤러리)
날으는 돼지들 (서울, 보다 갤러리)
음식과 그림전 (서울, 녹색 갤러리)
한국 판화가 협회 공모전 (서울, 미술회관)
월인판화 – 사과는 빨게 (인데코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