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한 : 이미지의 신화
그림이 숙명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며, ‘나의 신화’를 소통의 도구로 삼게 되었다. 우리가 잊고 사는 소중한 가치에 대한 문제 제기,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예술사 속 아이콘에 대한 오마주, 그리고 이러한 묵직한 메시지를 한 번에 전달할 수 있는 이미지의 힘을 되살려내는 것 등이 나의 서사이자 화가로서 내가 그림을 그려야 할 이유이다.
나에게 그림을 그리는 일이란 시대와 이미지에 대한 거대 담론을 탐구한 끝에 발견한 커다란 상자 속에서 하나씩 참신한 메시지와 이미지를 꺼내어 보여주는 것과 같다. 마치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마술 상자처럼, 특별한 상품을 추첨하는 상자처럼, 또는 설렘 가득한 선물 상자처럼 신화가 된 브릴로 상자 위에 특별한 우리의 서사를 쌓아 올리는 나의 작업은 나의 꿈 그리고 누군가의 즐거움이 된다. 그렇게 우리 모두의 삶에 감각적인 질문을 던지는 ‘그림’이 될 것이다.
작가노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