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이식 : 사소한 일탈
작가 명이식은 “피사체인 도시의 구조물은 늘 그곳에 공존해왔던 주변 환경을 묻히게 한다. 떠가는 구름과 빌딩 옆의 제거되지 않은 잡초,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과 빌딩에 비친 풍경과 얼룩. 사진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실제로 그곳에 존재하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나는 의도적으로 기하학적으로 반복된 도시의 구조물을 찍는다. 이를 강조해서 찍으면 찍을수록 보이지 않던 아름다운 것들이 더욱 잘 드러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도시의 구조물에 주목하며, 객관적이고 중성적인 사진 어법을 통해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순간의 기쁨을 넘어서, 기술관료 사회의 억압적 효과를 우리에게 인지시킨다.
사진 속에서 일어나는 차이와 일탈은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동일성 또는 획일성에 종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작가와 마찬가지로 이 정도의 사소한 일탈, 파격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래서 작가의 사진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 우리를 지배하는 규칙의 반복에서 잠시나마 벗어났다는 착각을 맛보기 위해, 그리고 반복의 규칙 속에 갇힌 일탈의 쾌감을 음미하기 위해서다.
최봉림, “규칙과 반복 속에 갇힌 일탈”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