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문 · 박수동과 친구들
이정문 : 「꿈과 상상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박수동 : 한시와 만화의 만남, 「고려시대 멋쟁이 시인 이규보를 아시나요?」
아트파크(ARTPARK)는 한국 만화사를 빛낸 최고의 거장 이정문·박수동의 전시를 8월 3일부터 30일까지 삼청동 아트파크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최근 작업들과 함께 70-80년대 한국의 명랑만화 시대를 이끌어간 대표 작가인 신문수, 이정문, 박수동, 윤승운, 이두호 5인의 마지막 합동원화작업을 최초로 공개한다. 이들은 웹 기반의 웹툰 문화로 이동한 현재 만화시장에서 펜과 잉크를 사용하고 종이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작화를 음미하게 하는 종이기반의 문화의 마지막 세대로서 이들의 만남은 큰 의의를 가진다.
이정문은 SF와 명랑만화라는 장르에서 한국만화만의 매력을 듬뿍 보여준 작가로서 이번 전시를 통해 캉타우 명장면과 미래만화 위주로 선보인다. 이정문의 ‘철인 캉타우’는 70년대 일본산 로봇물 틈에서 한국 토종 거대로봇물로 독보적인 오리지널리티를 자랑하는데, 왼손의 철퇴와 원기둥 모형을 기본으로 디자인된 투박한 거대로봇 캉타우는 70년대를 살았던 소년들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작품이다. 또한 1965년 발표한 태양열주택, 전기자동차, 로봇청소기, 원격수업, 소형TV전화기 등을 예측하여 담은 한 쪽짜리 미래만화 이후 그는 다양한 미래만화를 그려왔는데 이를 통해 그가 시대를 보는 통찰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고인돌’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박수동은 1990년도 이전의 선명한 선을 버리고, 최근 산속으로 낙향하여 한시를 만화로 그리는 한만시(漢漫詩, 한시+만화)를 새롭게 만들어 독창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규보, 도연명, 이백, 두보 등 걸출한 술꾼 시인의 음주시를 골라 그린 작업은 박수동 특유의 경쾌한 선과 필체가 함께 어우러져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고려시인 이규보에 대하여 박수동은 작가노트를 통해 “그(이규보)의 시와 산문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 분명 13세기 사람인데 시의 소재와 감각이 20세기이기 때문이다. 점잖고 무게 잡는 한시와는 거리가 먼 발상의 전환과 여유 그리고 기가 막힌 유머. 그의 시에서는 술냄새와 문자향기가 진동한다. 13세기 노벨문학상이 있었다면 무조건 이규보다란 상상을 해본다”고 평한 만큼 그의 작품에는 과거의 이규보와 현재 박수동이 조화롭게 만나고 있다.
또한 본 전시를 통해 한국만화계를 이끌었던 신문수, 이정문, 박수동, 이두호, 윤승운 다섯 작가의 합동작업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는 2018년부터 틈틈이 이어받아 2021년 신문수 화백의 작고 직전까지 완성된 작업이며 이 다섯작가의 만화를 다시금 조명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