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근 : 진주처럼 영롱한
박영근의 작품은 리좀적 회화라고 할 수 있다. 리좀적 회화는 대상이 엄격하고 논리적으로 서술되기보다는, 땅속에서 줄기가 뻗어나가듯 자유롭고 생동감 있게 표현되는 것이다. 작가는 대상을 먼저 묘사한 후, 그 위에 전동 그라인더나 샌더와 같은 공업용 도구로 빠르고 역동적인 곡선을 덧붙인다. 이러한 작업은 관람자에게 자유롭고 오픈된 시선을 유도하며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작가의 시그니처 기법이 된 그라인더 작업은 대상의 이미지를 지웠다가 다시 소생시키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결과물은 작가와 관람객 모두에게 마술과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잭슨 폴록의 액션페인팅과 초현실주의 사조의 자동기술법이 연상되는 작가의 빠른 손놀림은 작품 전반에 강한 생동감과 리듬감을 부여한다.
그의 작품에는 종교적 색채가 짙게 내포되어 있다. 이번 전시의 주된 소재는 사과와 꽃, 그리고 나팔 등과 같이 종교적 상징성을 담고 있다. 사과는 선악과이자 구원의 열매를, 양귀비와 나팔꽃은 세상의 모든 영광을 상징한다. 종교적 인물 초상은 세브란스 병원 설립에 큰 기여를 한 ‘언더우드’ 선교사, 독실한 신학자이자 의사였던 ‘슈바이처’ 박사, ‘마틴 루터 킹’ 목사이다.
이번 전시에는 세상 사람들 모두의 영롱하고 빛나는 삶을 염원했던 초상 속 인물들처럼, 작가의 종교적 신실함과 사랑을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진주처럼 영롱한’을 통해 많은 이들이 치유와 사랑으로 가득하길 기대한다.
아트파크 오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