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면식 : 기억의 빛
빛의 변화에 따라 자연은 무수히 많은 얼굴을 보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색보다 다채로우며 그 어떤 선보다 유려하다. 작가는 자신만의 색과 질감으로 자연의 한순간을 포착해 재해석한다. 과감한 붓 터치는 인상파의 직관적인 구도를 떠오르게 하고 따듯한 색감은 한국의 목가적 풍경을 연상시킨다.
너른 들판과 꼿꼿하게 서있는 나무들은 세세한 묘사 없이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19세기 후반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는 자신에게 풍경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으며 언제나 변화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하였다. 비단 모네만의 경험이 아닐 것이다. 이번 작품들 또한 단순한 풍경화가 아닌 다채로운 색과 질감으로 표현한 우리들의 기억의 초상일 것이다. 우리는 기억과 감정을 바탕 삼아 자신만의 풍경을 새로이 그려낸다.
자연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 날 것이 아닌 그 이상이며 이야기이다. 푸른 녹음에는 언제나 반복하여 태어나 사라지는 무한한 생명력이 피어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끝나지 않는 추상적 형상들의 서사로서의 구현을 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