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빈 : 바라보기
친숙한 풍경을 디지털 콜라주 방식으로 재조합하여 한 화면에 모아놓은 사진은 어딘가 초현실적이며 새롭다. 작가는 여러 각도로 촬영하고, 이미지들을 섬세하게 선별하여 재배치하거나 생략하여 이미지를 재구성한다. 사진 속 일어나는 과장, 왜곡과 더불어 곳곳의 부드러운 붓질들이 중첩되어 비로소 작품은 완성된다. 작가는 위아래로 늘어뜨린 건물,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풍경, 광각렌즈로 본 듯 왜곡된 구도로 주관적인 풍경을 표현한다. 하지만 도시 혹은 유명 관광지 풍경이 아닌 그 속에서의 사람을 이야기한다.
공간은 그곳을 찾는 사람에 의해 에너지가 생긴다. 도시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모여 도시가 되기도 하지만, 도시이기에 사람들이 모이기도 한다. 특정 공간에서 모이고 만나고 관계하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도시의 생기를 느낀다. 작가는 역동적인 광경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낸다. 사람이 보고 사람에 의해 이뤄지는 풍경과 그 풍경과의 상대적인 관계가 사진으로 드러난 것이다. 과장된 풍경은 무엇을 보았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의 심리를 이야기한다.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은 마치 회화 같다. 작가의 눈과 손에 의해 창작된 사진은 관람자에 의해 또다시 확장되어 끊임없이 해석된다. 나로서 인식되고 완성되는 풍경은 그 자체로 나를 반영한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고차원의 아름다움은 이상적, 논리적인 사고를 통하여 내 안에서 만들어진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우리는 보고 싶은 만큼 보며, 나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