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hyun Han Korea

Jihyun Han
아이를 통해 성장하는 엄마의 사랑에 관한 기록
화관을 쓴 소녀 시리즈는 제 딸이 유치원에서 꽃 몇 송이로 어설프게 만든 화관을 쓰고, 마중나온 저를 향해 활짝 웃으며 뛰어나오던 어느날의 순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조금씩 지쳐가던 저에게 그 순간은 엄마로서, 작가로서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대단한 걸 해주지는 못해도, 그저 엄마의 사랑만 있으면 충분히 행복한 아이들인데 나는 무엇이든 부족함없이 해주는데 집중하느라 정작 사랑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구나 하는 깨달음의 순간이었습니다. 화관을 쓴 아이, 화관을 쓴 소녀는 아이들을 통해 성장하는 여전히 부족한 엄마의 사랑의 기억입니다. 그리고 부족한 엄마지만 사랑스럽게 잘 자라주고 있는 두 딸들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의 기록입니다.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모습을 담을 수 있다면
화관을 머리에 쓰고 건네주는 들꽃의 감동은 지금도 영원히 잊고 싶지 않은 순간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나와 같이 영원히 잊고 싶지 않은 감동의 순간이 있을텐데 예술이란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여 사람들에게 울림이나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행위라 했던가.....
지금은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내게 꽃들을 건네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찾아 볼수 없지만 언제나 캔버스에 앉으면 10여년전의 그 모습들이 저절로 캔버스위에 그려 집니다.
화가는 시간을 멈출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화관을 쓴 소녀 시리즈에서 시작된 과거의 시간여행은 지금도 멈추지 않고 나를 예전의 아름다운 꿈속으로 이끌어 줍니다. 동양화를 전공으로 해왔기에 선으로 표현하는 내 작품은 평면적이지만 풍성한 느낌으로 꽃과 아이들의 모습을 나만의 색감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림이 행복하고 따스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많은 설명이 없이도 내 작품에서 내가 느끼고, 그리고 영원히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의 감동을 만들어 낼수 있을까? 지그시 눈을 감고 입꼬리 가득 올린 아이들의 얼굴에서 난 작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아이들의 얼굴이었던 화관을 쓴 소녀가 점점 자라 이제는 저의 모습인지 아이들의 모습인지 모를 소녀의 모습을 하고 따스한 미소를 보내고 있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요. 바로 우리들 앞에 가만이 놓여 있습니다”
“행복은 찾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맞이하는 것이 아닐까요?”
두 딸의 자그마한 손으로 건네 주던 들꽃들
아마 행복은 잡으려하는 것이 아닌 건네주려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생을 살다보니 뒤 늦게 시작된 나의 작은 욕심들은 한점 한점 차곡히 싸여 갑니다. 난 작품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들은 무엇인지 보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고 싶어집니다. 기억속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모습이란 커다란 성취와, 대단한 업적이 아닌 자그마한 행복이 아닐까요. 저에게 가장 큰 선물인 두 딸들에게 저도 가장 귀한 것들을 선물로 주는 엄마이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행복과 따스한 미소를 건네주는 오늘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며 오늘도 난 캔버스 앞에 앉아 내 자그마한 행복을 건네줄 사람들을 상상합니다.
-작가노트